시간은 둥글다. 지구가 둥글어 지평선 너머 저 먼 앞길과 지나온 길이 보이지 않듯이 저 먼 미래와 지나온 시간들이 보이지 않는다. 고로, 시간은 둥글다.
다만, 지구는 이미 여러번 돌았고 저 멀리 반대편에도 누군가 살고 있기에 누군가에게 길을 물을 수 있지만 시간은 어찌나 큰지 아직 한바퀴조차도 돌지 않아 그 누구도 저 반대편에 살기는 커녕 가본 이도 없다는 것이 다를 뿐.
그리고 다 돌기도 전에 모두 생을 마감하기에 그 누구도 처음 걸음을 뗀 그 곳에 다시 가보질 못했다. 심지어 거꾸로 갈 수도 없는 잔인함마저.
저 멀리 시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지난 날들은 그래서 더 슬프다.
다행인 건, 시간위의 우리는 좀 더 먼 과거가 보이는 추억이란 이름의, 시평선 너머의 앞날을 볼 수 있는 지혜라는 이름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.
문득, 시간 위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앉아 바라본다. 내 과거가, 내 지난 생이 땅거미지는 풍경. 천천히 추억을 꿈뻑거리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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